AI 투자는 과연 모든 기업에게 생산성의 '만능 열쇠'일까?
2026. 1. 2. 18:43
2026. 1. 2. 18:43ㆍresearch/논문
AI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과 의문
최근 몇 년간 딥러닝부터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기술은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IBM의 왓슨 헬스(Watson Health) 매각 사례처럼, 막대한 투자가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핵심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AI 투자는 정말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어떤' 조건에서 그 혜택을 누리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특허(Patent) 데이터나 설문조사에 의존해 AI 활동을 측정했던 것과 달리, 우리는 기업이 실제로 '어떤 기술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가'를 보여주는 채용 공고(Job Posting) 데이터에 주목했습니다.
특허가 아닌 '채용'으로 AI 투자를 읽다.
특허는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지만, 모든 AI 혁신(특히 소프트웨어 저작권이나 영업비밀로 보호되는 영역)을 포착하지 못합니다. 반면, 기업이 AI 기술 스택(PyTorch, TensorFlow 등)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올린 구인 공고는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 의도와 현재의 기술 수요를 가장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저희 연구팀(박강민, 강송희, 이상윤, 김준연)은 미국의 노동시장 분석 기업인 Lightcast의 **3억 3천만 건 이상의 채용 공고 데이터(2014-2023)와 COMPUSTAT의 재무 데이터를 결합하여, 기업의 AI 투자가 총요소생산성(TFP)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1: 산업별로 다른 AI의 성적표
분석 결과, AI 투자는 평균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산업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 제조업(Manufacturing)의 약진: 가장 큰 생산성 향상을 보인 곳은 제조업이었습니다. 공정의 모듈화가 잘 되어 있고,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적용하기에 최적의 환경(보완적 자산)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 서비스업의 양극화: 정보 통신, 유틸리티, 건설 등 데이터가 풍부하거나 공정이 표준화된 서비스업은 뚜렷한 생산성 향상을 보였습니다. 반면, 도소매나 접객업(Hospitality)처럼 대면 상호작용이 핵심이고 비정형적인 업무가 많은 분야에서는 즉각적인 생산성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AI가 그 자체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와 조직적 프로세스라는 '보완적 자산(Complementary Assets)'이 갖춰진 곳에서만 진가를 발휘함을 시사합니다.
연구 결과 2: '노출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과 '타이밍'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우리 회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기 쉬운가(AI Exposure)는 생산성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투자(채용)였습니다.
특히, 산업 내에서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일수록 생산성 보너스를 크게 누렸습니다. 기술이 성숙한 후 뒤늦게 진입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먼저 뛰어든 기업들이 '낮게 매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을 선점하고 학습 효과를 누린 것입니다.
연구 결과 3: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의 이중주
우리는 AI 활용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활용(Exploitation):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오류를 줄이는 최적화 중심의 AI 활용.
- 탐색(Exploration):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혁신 중심의 AI 활용.
분석 결과, 두 방식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Task-based optimization)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범용 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 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는 '양손잡이(Ambidexterity)' 전략이 유효함을 확인했습니다.
결론: AI,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의 특성에 맞는 전략'과 '보완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임을 시사합니다.
AI는 만능 열쇠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이 자신의 상황(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존 효율화와 새로운 혁신 사이에서 균형 잡힌 투자를 진행한다면, AI는 분명 강력한 생산성 엔진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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